
문경일기 / 죽다가 살아나왔다.
“골프라면 날 새는 줄 모른다“라는 골새들의 요청에 끌려 문경CC에서 2차동계훈련에 들어가기로 했다.
3월 24일가벼운 몸풀기 삼아 필드에 들어가기 전의 오전시간에 문경종합온천 스크린골프에서 합류하여 타니CC선정후 9홀 몸풀기 들어가다. 백도리인 주제에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근래 자세 잡힌 구찌골새가 스크린골프싱글이 단연 돋보인다. 스크린의 싱글이 필드의 절대강자가 아니란 걸 누구나 알지만.... ㅎㅎ
14시에 문경CC 첫날 본게임 돌입하다. 3월이라 아직 잔디는 누렇지만 날씨만은 완연한 봄이다. 원래부터 경관좋은 문경CC는 기온이 오르니 주변경치도 더욱 볼 만이다. 이래서 전망대도 만드나 보다.
첫코스가 경서였는데 띨빵한(?) 캐디의 실수로 점수는 문희코스에 기록하여 점수판이 뒤바꿔버렸다. 이론적으로 갠챦다고 하지만 경서 파5에서 +4를 기록했을 경우 뒤바뀐 채점판의 문희 동일홀이 파3라면 +3으로 기록될게 뻔한데 어찌 같단 말인가? ㅎㅎ
그치만 애교로 넘어가기로 하고.....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골세들땜에 캐디언니 얼마나 머리 아팠을까?
긍뎅 아무리 백도리지만 문경CC는 어려움때문인지 몇 번씩이나 와도 오히려 핸디는 늘기만 한다.
게임이 밀려서인지 마지막 3코스를 남기고 라이트가 켜진다. 골프장의 불빛은 그것만으로도 장관이다.
샤워도 생략하고 온천마을 식당으로 간다. 미리 준비한 발레타인21년에 취해 21시까지 식사를 하고 오전에 예약해둔 스크린골프장으로 이동하여 9홀을 끝내니 23시가 넘었다. 그대로 18홀 진행하면 분명 다음날 새벽 1시까지는 쳐야한다. 체력이 고갈(?)난 탓인지 골새들도 기냥 마치자고 하네. 엄청 미련이 남는 모양이더만 내일새벽의 본게임도 생각하는 눈치다.
23시30분 리조트내의 마트에서 맥주랑 간단한 안주와 생수를 챙기고 방으로 들어간다. 서있을 힘도 없는 나는 맥주 한컵 마시고 이제서야 샤워하고 바로 침대로 직행. 골새들은 거실에서 쓰잘데 없는 추억을 되새기면서 신세한탄(?)도 하고.. 아마도 새벽 1시 넘어서 자는 것 같다.
- 사진은 리조트에서 바라본 문경온천. 반달이 높은 곳에 걸려있다.
3월25일 6시30분 보통은 내가 알람시계를 깨우지만 오늘은 다르다. 스마트폰에서의 수없이 울어대는 모닝콜에도 일어날 수가 없다. 억지로 일어나 골프장으로 간다.
- 사진은 아침에 바라본 문경온천쪽. 밤에는 보이지 않던 주흘산이 병풍처럼 문경을 감싸고 있다. 좌측의 조령과 우측의 주흘산 사이의 계곡에 문경새재길이 나있다고 한다.
7시57분 둘째날 본게임에 돌입하다. 간단한 상금제를 도입했다. 8마넌을 모아 전반홀 우승자 3마넌 2등 1마넌으로. 물론 후반홀도 동일하게.여기서 내가 걸려들었다. 백도리답지 않게 전반홀 1등으로 앞서나가니 그냥 두질 않는다. 행여 1등이 동타가 된다면 후반홀까지 합산한 종합성적으로 1등 6마넌 2등 2마넌으로 하자는 얍삽한 Tj의 꼬임에 넘어가 결국 전반홀 공동1등으로 상금냄새만 맡아보고 말았다.
어렵기로 소문난 문희 6번코스에서는 보기를 기록했는데두 불구하고.
- 사진은 드라이버샷의 성공확률이 아주 낮은 문희 6번
솔직히 말해 이틀 동안의 문경지옥훈련에서 “덴나? 덴나?”만 외치는 덴나골새인 Tj의 꼬임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9홀 추가를 입에 달고 다니는 귀신골새인 Js 어떠케든 상대방 실수를 유도키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절거리는 구찌골새인 Sd의 등쌀에 살아나오기 힘들다.
더우기 틈만 나면 캐디언니의 도움으로 보기라도 기록하려는 의도로 언니를 회유하는 일당들이다. 맘좋은 캐디언니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숨쉴 틈없는 이틀 동안의 54홀(?). 아직도 하체가 후들거리고 정신은 혼미하고.. 살아도 산 게 아니다. 적어도 이 여파가 일주일 안엔 끝날 것 같지 않다. ㅠ.ㅠ
그렇다! 살아나온 것만도 다행이다. 나무관세음보살!!
그나마 정신차려보니 이틀동안의 2차동계 문경패키지동안 그 많은 넉두리를 무난하게 받아준 캐디언니들에게 감사드리며 골프한번 치겠다고 불원천리에서 달려온 친구들이 다정스럽다. 조만간에 또다른 골프장에서 골프못쳐서 죽은 귀신처럼 아웅다웅 다툴게 뻔하지만 봄꽃가득핀 잔디에서 만나길 기대한다.